And me I am your dagger
You know I am your wound
I thought I heard you whisper
It happens all the time
She whispers while I'm sleeping:
"I love you when you smile"
I didn't really lose you
I just lost it for a while
캐시는 말파이스 군단장이라는 남자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나운 은어를 섞어 쓰는 군단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자신만의 독특한 운율과 발음으로 말하는 남자도 좋았지만, 그가 가장 매력적일 때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투명하고 차가운 눈동자가 차분하게 가라앉고, 엄격한 얼굴에 긴장감이 풀리고, 입이 열리기 직전의 몇 초간. 응답 하기 직전의 직전까지 숙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그 찰나의 순간. 캐시는 그 순간의 말파이스 군단장이 좋았다.
우습게도 그녀는 아쉬워했던 것 같다.
군단장으로 남기에는 아까운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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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새벽에 잠을 설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 불면의 이유도 알고 있지만 끝까지 당신 앞에서 모르는 척하는데, 왜냐하면 정말 우습게도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를 가만히 쳐다보는 당신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렇게 당신은 나를 쳐다보다가 내 목에 손을 얹기도 한다. 조르듯이, 혹은 쓰다듬듯이. 나는 위협보다는 당신의 손이 마르고 차갑다는 데서 가슴의 통증을 느낀다.
내가 깨어있다는 것을 모르는 당신은 내 귀에 속삭인다. 실버 슈라우드의 에피소드들, 매그너스의 최후와, 우주정거장에 남겨진 채 유령이 되어버린 사람들, 끝없이 펼쳐진 황야의 슬픔, 나에 대한 사랑과 증오. 나는 당신이 들려주는 그 모든 이야기들을 전부 심장에 새기고, 그럴 때마다 피가 흐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귓가에 느껴지는 당신의 숨결이 기껍다.
“조슈아. 할 말이 있어.”
어느 날, 당신은 이곳을 떠나자고 한다.
당신의 목소리는 그 날 따라 유독 퍼석퍼석하고 거칠다. 당신은 우는 것을 억누르려는 듯이, 간신히 한 음절, 한 음절을 쥐어짜낸다.
“군단을 영영 떠나자. 서쪽이든, 동쪽이든……아니면 캐나다도 좋아. 사실 당신이 말했던 자이온이라는 곳도 생각해봤어. 방사능이 없는 천국이라고 그랬지? 가보고 싶어. 그거 알아, 조슈아 그레이엄? 당신에게는 아직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그저 당신이 겁을 내고 있을 뿐이야.”
당신은 내가 줄곧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 사실을 나도 깨닫는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뜨거운 물방울들이 내 볼로 떨어져, 그대로 베개를 적신다.
“비겁자. 나쁜 자식. ”
당신은 막사 밖으로 뛰쳐나가고, 나는 심장이 죄어져 오는 통증을 느낀다. 그것이 슬픔인지도 모르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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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부운이 노박의 공룡상에서 보초를 서고 있을 때, 그는 저 멀리서 배달부가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지평선 위의 검은 점처럼 작게 보였지만, 부운은 그것이 배달부임을 알고 있었다. 매우 간단히 말해, 그토록 당당하고 쓸쓸하게 걷는 사람은 황무지에서 그녀 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달을 등진 채, 모래바람을 뚫고 올곧게 직선으로 걸어오는 그녀를 보면서 부운은 때가 다시 왔음을 자연스럽게 예감했다. 그는 자신의 모자를 고쳐쓰고 노박을 떠날 준비를 했다.
부운은 감이 좋은 편도 예지력이 뛰어난 편도 아니었지만 복수를 결심하는 사람의 모습만큼은 기민하게 알아차렸고, 그가 보기에 배달부는 타고난 복수자였다. 무엇을 위한 복수인지 그녀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그랬다. 자신의 혈관 안에 흐르는 검은 피가, 그녀의 혈관 속에도 흐르고 있었다. 그것만이 둘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였다. 피의 맹세보다 강한 결속이었다.
부운이 준비를 끝내고 노박의 게이트 앞에 선 배달부에게로 다가갔을 때, 그녀는 짝다리를 짚은 채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한 쪽에는 레인저 세쿼이아, 다른 한 쪽에는 독특하게 개조된 45구경 권총을 찬 채로 였다. 그녀의 핍보이에서 부운에게도 익숙한 쓸쓸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you told me love was too plebeian
told me you were through with me and
Now you say you love me
well, just to prove that you do
come on and cry, cry, cry me a river
cry me a river
“조슈아…라는 남자는 만났나.”
배달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슴푸레한 새벽의 풍광 속에서 그녀가 태우는 담배의 불만이 밝게 빛났다.
“죽였나.”
배달부가 고개를 저으면서 연기를 내뱉었다.
퀴퀴한 어둠을 몰아내는,지평선을 타고 오르는 따뜻한 태양을 응시하면서 그녀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부운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고, 그들은 곧장 후버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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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배달부가, 아니 캐시 베넷이. 셀 수 없이 많은 군단병들을 도륙내고 그들의 피를 온몸에 뒤집어 쓴 채로 군단의 진지 한 가운데에 서 있다. 푸른 눈만이 붉은 피에 뒤덮힌 그녀의 얼굴에서 형형하게 빛난다.
지옥 속에서 곧장 걸어 나온 악마같은 모습에서 라니우스는 기묘하게도 불탄남자-말파이스-를 잠시 생각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한 스스로를 비웃는다.
말파이스는 자신을 이길 수 없었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하물며 '여자'는 더더욱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다.
라니우스가 장광설을 늘어놓기도 전에 여자는 그의 허세 따위에는 관심 없다는듯이 조용히 자신의 말을 시작한다. 온 얼굴에 피가 뒤범벅인 채라 여자의 얼굴은 파악하기 어렵다. 목소리는 차분하고 조용하다. 아까 전의 살육으로 인한 흥분은 온데간데 없다.
"당신, 나 기억해?"
"너 따위 어릿광대를 내가 기억할 것 같나. 여자."
"당신이. 노예들을 전부 죽였잖아."
진군에 방해되는 물건들을 전부 치우라는 명령이라면 내린 적이 있었다. 어차피 곧 정복할 땅에서 새로운 노예들을 차출하면 그만인 것이었기 때문에, 낡고 못쓰게 된 기구들을 처분한 것에 지나지 않았는데.... 남자는 그것이 왜 그렇게 여자에게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고 그의 가면 너머로도 그런 몰이해가 손쉽게 드러난다.
캐시는 남자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웃는다. 그녀의 경쾌하기까지한 웃음소리에 괴물은 움츠러든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여자는, 괴물을 향해 달겨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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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NCR 레인저 본부다. 발신인은 응답하라."
"저...저는...캐시 베넷입니다. 지금 구조를 요청하러-"
연결이 끊겼다. NCR에서 일방적으로 끊은 것이었다.
그녀가 충격과 실망감으로 질려 막막하게 서있었을 때, 군단병이 그녀의 막사로 들이 닥쳤고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그녀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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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부는 싸늘하게 식은 주검이 된 라니우스를 무심하게 지켜본다. 전투의 흥분과 스팀팩으로 인한 어지러움이 뒤늦게 모래 폭풍처럼 들이닥친다. 그녀는 잘게 비틀거리는 자신의 몸을 수그린 다음, 라니우스의 투구를 벗긴다. 놀랍게도 괴물의 형상이 아닌 평범한 남자의 얼굴이 있다. 그녀는 그 안면에 침을 뱉고 가면을 언덕 아래로 떨어뜨린다. 가면이 데굴데굴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누구를 위한 복수도 아니었다.
이 모든 일들은 매그너스를, 조슈아 그레이엄을, 나이젤을, 제레미를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그녀는 차게 시인한다. 그녀는 핍보이로 노래를 튼다. 시체들 위로 달겨드는 까마귀들과 진동하는 피 냄새 한가운데서 그녀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핍보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른다.
I don't want to set the world on fire
I just want to start a flame in your heart
In my heart I have but one desire
And that one is you No other will do
나는 세상을 불태우고 싶지 않아요.
그저 당신의 마음 속에 불길을 놓고 싶을 뿐
내 마음에는 단 하나의 소망이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당신이에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2차 후버댐 전투는 다시 NCR의 승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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