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총이라면, 나는 칼이다. 빅호너를 사냥하는 일은 나와 남자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우리는 한 몸처럼 손 발이 맞는다. 그가 쏘고 내가 가까이에서 숨통을 끊는다. 빅호너의 축축하고 따뜻한 피가 내 손목을 적신다. 이윽고 부족 청년들이 와서 빅호너의 몸을 가져간다.
며칠 동안 우리는 지도를 찾으러 자이온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나는 핍보이로 지도가 있을법한 지역을 전부 체크한다. 남자는 다른 볼 일이 있어 동행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것이 거짓임을 간파한다. 우리는 서로를 믿지 않는다.
내가 지도 찾는 것을 멈추고 잠시 쉬자고 했을 때, 그는 그러자고 한다. 나는 숨을 몰아 쉬면서 자이온의 풍광을 눈에 담는다. 나는 마실 것을 구해오겠다고 하고, 그는 조심하라고 한다. 나는 가죽 부대를 들고 절벽같이 가파른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경쾌하던 발걸음이 꺾인다. 나의 발목이 뻣뻣해지고, 나는 그대로 굴러 넘어진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천사 동굴 안이다. 다니엘이 나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괜찮아요?”
“조슈아.”
“조슈아는 잠시 붕대를 갈러 갔어요. 그 멀리서부터 당신을 업고 왔더라 구요.”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다니엘도 침묵한다. 짤막한 침묵 뒤에, 그는 나를 위해서 기도한다고 한다.
“조슈아를 불러올까요?”
나는 침묵하고, 다니엘은 어쩔 줄 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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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는 부서진 라디오를 다시 고친다. 아니, 그녀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신디사이저 수신기는 부러졌지만 아직 쓸모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막사를 둘러본다. 작은 공구와 워크벤치, 핍보이 부속품들, 따뜻한 이불과 옷가지들. 그녀는 깨끗한 옷을 보며 깊은 수치심을 느낀다. 전부 남자가 준 것이다. 그녀는 핍보이에서 수신기를 대체할만한 부품들을 찾는다. 그리고 녹음기능을 하는 모듈을 꺼내 라디오에 이식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그녀는 칼이다.
조슈아 그레이엄의 목을 찌를 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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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모든 것을 기억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왜………….”
남자의 목소리가 산산조각 난다. 남자가 우는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총은 울지 않는다.
그가 끝내지 못하는 말의 뒷부분을 내가 완성한다.
“당신을 떠났냐고요?”
나는 고개를 숙인다. 나는 칼이다. 손잡이 없는 칼이다. 남자는 총이다. 탄환 없는 총이다.
“제레미……….”
그 뒤에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조차도 알지 못한다. 횡설수설 되도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야기를 급하게 마무리 짓고, 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본다.
그는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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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그레이엄이 조슈아를 수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싸늘한 시체가 되었을 때부터, 케빈 그레이엄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술을 마시면 누구를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는 사람은 아니었다. 대신, 그는 자신을 파괴하는 쪽을 선택했다. 케빈 그레이엄이 절벽에서 떨어져 산산조각난 채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되었을 때, 조슈아는 일곱 살이었다.
어린 조슈아를 키운 것은 마을의 제레미 캐시디라는 늙은 잡화상이었다. 그도 오래 전에 자식을 사고로 잃었다. 제레미는 무뚝뚝한 남자였지만, 조슈아가 올바른 교육을 받도록 나름 최선을 다했다. 사도신경을 읊게 시키고, 총 쏘는 방법을 가르쳤다. 고기를 손질하는 방법과, 바느질하는 방법, 영어 철자를 정확하게 쓰는 방법 등등을 가르쳤다. 조슈아가 모르몬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그였다.
그는 항상 조슈아에게 말했다.
“내면의 불꽃이 꺼지지 않게 해야 한단다.”
조슈아는 제레미 캐시디가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여자에게 들려준다. 그의 엄격한 가르침과, 자신의 행동들이 얼마나 그를 가슴 아프게 했는지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캐시는 아들의 이름을 정한다.
다음 날, 남자는 후버댐으로 떠난다. 캐시는 자신의 새로운 발명품을 작동시킨다. 기계에서 소리가 난다.
-여기는 NCR 레인저 사령부. 발신인은 신원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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